잠이 안와서 관심 포스트 모음집을 우연히 뒤적거리다가 손쉽고 맛있는 계란빵 만들기가 리스트에 들어있는걸 발견했어. 요리에 눈꼽만큼 관심도 없는 내가 도대체 왜 이걸 별표까지 달아가며 스크랩했을까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. 너한테 계란빵을 꼭 해주고 싶었나보다. 쉬우니까.
우습지. 네 얼굴도 생각이 잘 나지 않으면서 곧 겨울이 오면 계란빵을 먹을때도 군고구마를 먹을때도 타코야키를 먹을때도 한번씩 네 생각이 날거야. 순대국밥을 보면 아직은 슬쩍 네 생각이 나고 갈비찜을 보면 아주 가끔 네 생각이 나. 데리야끼나 타이티를 먹을때 당연한듯이 한번쯤 널 떠올릴때가 있구.
하지만 이제는 고기를 굽다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그러진 않아. 우리가 즐겨먹던 함흥냉면보다는 너랑 질색팔색을 하며 먹다 남긴 평양냉면이 더 좋고. 이젠 나도 족발을 보쌈만큼 맛있게 잘 먹어. 중국집 메뉴는 무조건 삼선볶음밥에서 가끔 짬뽕으로 갈아탔다. 우리 단골 식당에 뻔뻔하게 혼자 가거나 주변 사람을 데려가서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올때도 있거든.
너도 나한테 그래. 늘 나를 슬프게 할것 같고 날 괴롭게 할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게되는 부분이 늘어났어. 여전히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네 생각을 하지만 생각 하는 횟수보다 안하게 되는 횟수가 더 잦아졌고 내 입맛에도 변화가 생긴것과 마찬가지로.
궁금하진 않겠지만 참고로 네가 싫어해서 자주 못먹었던 떡볶이는 혼자 아주 신나게 많이 몰아 먹고있다. 심지어 순대까지 국물에 찍어먹는 신공으로 몸무게를 늘리는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으므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