Sunday, January 27, 2013

그에게


내가 연애시를 써도 모를 거야 
사람들은, 그가 누군지
한 놈인지 두 놈인지 

오늘의 그대가 내일의 당신보다 가까울지 
비평가도 모를 거야 
그리고 아마 너도 모를 거야 
내가 너만 좋아했는 줄 아니? 
사랑은 고유명사가 아니니까 
때때로 보통으로 바람피는 줄 알겠지만 
그래도 모를 거야 
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습관도 
뭣도 아니라는 걸 
속아도 크게 속아야 얻는 게 있지 
내가 계속 너만을 목매고 있다고 생각처럼 
사진처럼 안전하게 붙어 있다고 믿으렴 
어디 기분만 좋겠니? 
힘도 날 거야 
다른 여자 열 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 거야 
하늘이라도 넘어갈 거야 
그런데 그런데 연애시는 못 쓸 걸 
제 발로 걸어나오지 않으면 두드려패는 법은 모를 걸 
아프더라도 스스로 사기칠 힘은 없을걸, 없을 걸

/최영미